장호병 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가 2014년 산문집 '너인 듯한 나' 이후 6년 만에 다섯 번째 작품집 '눈부처'를 펴냈다.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면서 역량 있는 수필가를 발굴해 지도하고 있는 작가의 최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이라는 의미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제목 '눈부처'가 상징하는 '진정한 만남과 교감'이라는 덕목에 기반을 둔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수필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누구를 만나든 '너'라는 거울 속에서 '나'를 만난다. 내가 정성을 들일 때 교감하는 너가 나에게 진아인 눈부처를 보여줄 것이다. 나 또한 너의 눈부처를 보여주려 눈과 귀를 활짝 연다. 내가 너에게, 너가 나에게 눈부처가 되는 그런 '만남은 맛남'으로 이어지리라."('만남은 맛남' 중에서)
이 책은 1부 '코이와 창꼬치', 2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3부 '길은 끝나지 않는다', 4부 '시간을 가두다'로 구성됐다. 시의적절한 주제, 단정하고 묵직한 문장, 탄탄한 구성, 지성과 논리가 살아있는 깊이 있는 사유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는다.
"COVID-19! 코로나 입으로나 귀로나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들이 사랑으로 넉넉해지기를 기대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평등과 공정,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있다. 대한민국 만세!"('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중에서)
작가의 글 속에는 일상에서 포착한 글감에 대한 개인적이고 진솔한 감상과 누구나 공감할만한 따뜻한 주관이 있다. 또 사회 현상의 이면, 미래 세계의 전망 등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나 논리적인 주장, 새롭고 신선한 비전이 담겨 있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디지털 자료들은 전달과 배포의 완벽성에도 불구하고 기술변화에 따라 언젠가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예측불허의 재앙이 닥친다면 거의 복구가 불가능하다. 인류가 수많은 세월 동안 이어온 문명과 정보의 전달이 일시에 단절될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종이책의 발행과 보존은 필수적이다. E-book, 그 파고를 지켜볼 뿐이다."('책, 무한변신 앞에서' 중에서)
이 책은 다양한 각도의 사고와 열린 구성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일반 독자는 물론 전문 수필가들, 수필가 지망생들에게 권할 만하다. 그림이 아름답고, 글씨 크기가 커서 읽기 편하다. 255쪽, 1만4천원.
장호병
▷장호병은
'시사랑'을 창립, 1997년 6월 제1회 낭송회를 개최한 이래 매월 시낭송회를 10여 년간 지속했다. 시사랑 운동은 전국적으로 불이 지펴져 곳곳에 시사랑 모임이 생겨났다. 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 대구예술공로상, 대구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대구문인협회장, 대구수필가협회장과 육군3사관학교 외래교수, 대구과학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웃는 연습', '하프 플라워', '실키의 어느 하루', '너인 듯한 나' 등의 수필집이 있으며, 영문 에세이집 'Half flower', 평론집 '로고스@카오스', 창작 이론서 '글, 맛있게 쓰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