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시인선019 (서성호 시집)
『산빛에 물든 꽃을 봅니다』
979-11-7155-002-9 / 128쪽 / 130*210 / 2023-11-06 / 12,000원
■ 책 소개
서성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산빛에 물든 꽃을 봅니다』. <문장 시인선> 열아홉 번째 시집이다.
“꽃에 살포시 앉은 잠자리의 가벼운 입맞춤”(시인의 말)처럼 짜릿한, 산과 들에 핀 꽃들의 향기처럼 우리의 가슴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68편의 시편이 실려 있다. 과거와 현재의 ‘나’, 나의 기억, 나의 배경이었던 자연의 서정을 “산빛에 물든 꽃을 보듯” 따뜻한 시의 눈으로 들여다본 시편들이 1 기억의 저편에서, 2 개망초꽃 피다, 3 패랭이꽃 당신, 4 숲을 보다, 4부에 나누어 실렸다.
■ 저자 소개
서성호 시인
(사)한국문인협회 정회원
1959년 대구광역시 군위 출생
2012년 월간 《한국문단》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6년 시집 『어느 오후』
2021년 (사)한국문인협회 군위지부장 역임
2023년 군위 삼국유사 작은도서관 상주작가로 근무하며
도서관을 활용한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 프로그램 진행
디카시문화콘텐츠학 창작지도사 과정 수료
2023년 시집 『산빛에 물든 꽃을 봅니다』
■ 목차
시인의 말|산빛에 물든 꽃을 봅니다
1 기억 저편에서
햇밤 / 참새와 메뚜기 / 벌초 1 / 벌초 2 / 감자 / 유월의 노래 / 낭인의 배낭 / 가로등 / 신안 증도에서 2 / 난꽃 / 과욕 / 입춘 / 하늘과 별과 태양 / 8월은 퀼트 같은 달 / 고추 / 안개를 좋아했다 / 부추밭 나비 / 참깨와 참새 / 갈등 관계
2 개망초꽃 피다
강정 / 커피나무 / 장화 / 인각사 / 옥룡사지 동백숲 / 화엄사 홍매화 / 리틀 포레스트 / 개망초꽃 피다 / 모내기 / 한국의 섬티아고에 가다 / 노두길 / 홀로 섬 / 원두막에서 졸다 깨다 / 강아지 꼬리풀 / 만항재를 넘다 / 감씨를 뱉으며 / 폐선 / 참죽나물 / 연못에 라떼 / 탁빼기
3 패랭이꽃 당신
전쟁과 평화 / 봄날의 백련 심기 / 비 오는 날 / 동면 일기 / 미소 띤 꽃 / 자화상 / 이팝나무를 보며 / 걸으면 병이 낫는다 / 오월의 그늘 / 두견화 / 여정 / 보리타작 / 가마우지 / 패랭이꽃 당신 / 산수화 / 사문진 피아노 소리에 / 옥수수 / 모시나비 입맞춤 / 흐린 날도 좋다 / 검정 고무신
4 숲을 보다
지렁이가 흙을 토하다 / 만추서정 / 우물과 문 / 노을 / 계단 / 오후 / 다르게 크는 나무 / 풍선을 띄우고 / 낙엽 연가 / 소나무와 초가 / 병원 가는 날 / 표적지를 향해 쏴라 / 파도 /
네 바퀴 / 산천에 빠지다 / 육송좌탁 / 겸손 / 숲속의 이야기 / 공원의 삶
| 해설 | 통찰을 통한 통달의 화법 | 박윤배
■ 출판사 서평
서성호 시인의 기억과 사유는 평화롭다. 따뜻하다 원숙하다. 숱한 세월을 넘어선 시인의 시편에는 삶의 순리가 녹아든 깨달음과 달관의 정서가 긍정적으로,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 // 이 밤톨로 며느리 치마폭에 던지며/ 자손 번영을 바라시던/ 아버지/ 어머니”(「햇밤」)
“…/ 이 험한 세상 콩 튀듯 살아보라고 다독이며/ 그렇게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까지 부뚜막을 지키셨다// 이제. 세월 지친 무쇠솥은 벌겋게 녹이 슬고/”(「강정」)
“할배는 말 타고/ 이곳저곳 유랑하셨으니/ 한량이었나 보다// 할배는 오뉴월 모내기에도/ 쓰러질 초가삼간에서/ 돈 안 되는 한시를 매미처럼 읊곤 하셨다지//…”(「벌초 1」)
“양지쪽 산소에/ 누워 계신 할매는/ 흰머리 수북한 손자가 보고 싶을까// … // 그러나 할매는,/ 찾아온 손자가 내뱉는 허튼소리/ 방귀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대꾸가 없다”(벌초 2」)
시인이 돌아보는 ‘나’ 자신은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연유되었다. 시인은 ‘나’를 돌아보기에 앞서 나의 원천이던 선대의 삶을 잊지 않는다. 그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삶의 방식이 현재의 나에 잇닿아 시인으로서의 본질과 마음가짐을 지니도록 만들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나’의 자화상을 “산속에 사계절이 있듯이/ 나에게도 사계절이 있다 / 하찮은 풀 한 포기도 꽃을 피우듯/ 나도 꽃 한 송이 피우고자 산다/”라고 그린다. 시인이 피우려는 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시의 꽃인 것이다.
“비 오는 날의 신/ 흙밭에 노는 신/ 풀숲 속을 걸을 때 신는 신/ 발을 보호하는 신이다// 속상할 때 위로받는 시/ 마음 밭을 일구는 시/ 자연의 심상을 닮아가는 시/ 장화처럼 좋은 시를 쓰고 싶다”( 「장화」 전문)
속상할 때 위로를 주는 시인의 시편들에는 “햇빛이 그리운 겨울에 피는 네가/ 내 안을 기쁘게 해주니/ 더욱 기쁘구나”(「난꽃」), “‘내 팔자 그렇다 치고/ 한 잔 탁 마셔뿌고/ 마 힘내소’”(「탁빼기」), “이런 날은 근심을 파전에 함께 부쳐/ 막걸리 한 잔으로 쫘악 들이켜고/ 걱정을 잊고 잠들고 싶다”(「비 오는 날」)와 같은 넉넉한 인정과 사랑을 실은 말이 있다.
“가녀린 줄기 세워 지나온 세월/ 한 송이 바라보며 피워 올린 꽃/ 눈보라 몰아치던 어두운 날도/ 대문 앞 하염없이 기다린 밤도/ 짐짓 모른 채 넘긴 부끄러운 나”(「패랭이꽃 당신」)
시인은 걸어온 인생길의 소회를 시편에 깊게 담아 반추한다. 시시각각 마음 밭을 깨끗하게 가꾸는 맑은 감성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어둠에 마음 졸인다// … / 욕심만 들어찬 놀음판에/ 뻔히 알면서도 손을 떼지 못합니다”(「과욕」), “아무리 짙게 가려졌던 안개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걷히게 되어있다/ 안개는 실체가 없다”(「안개를 좋아했다」) “단풍잎 떨어지기 전/ 준 만큼 가져가요// 뒤돌아 걸어오는/ 쓸쓸한 골목길에// 살가운 내 눈길만이/ 담벼락을 살펴요”(「여정餘精」 전문), “네 삶이 고단해도/ 천명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풍선// 직관으로도 뭐든 할 수 있는/ 귀밑머리 흰 여섯 번째 풍선)「풍선을 띄우고」) 등.
“해와 달 중에/ 누가 더 빠를까/ 이런 생각들이 창가에 어른거릴 때/ 서산을 넘는 해도 늙는다는 걸 본다// 그러나, 노을은 항시 불평이 없어/ 어둠길을/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나도 함께 걷는다”(「오후」 전문)
자연의 심상을 닮은 시인의 시에서는 달관의 그윽한 향기가 풍긴다. “팔월 하늘을 달군 고추는/ 맵디매운 노란 씨가 속에서 익으면서/ 오늘도 빨갛게 탄다”(「고추」), “너의 향기가 은근하듯/ 그런 향기 낼 수 있다면/ 외형에 상관없어도/ 그런 사람이 좋다”(「커피나무」), “바다가 젖가슴을 열어야만 볼 수 있는 노두길이다/… // 이 길엔들 어찌 우정과 사랑,/ 갯벌에 디딤돌을 만든 삶의 애환이 없었겠는가?”(「노두길」), “천지天地에 흐르지 않는 것은 없다/ 두려워할 일은 죽음이 아니다/ 한순간도 살지 않은 것처럼 떠나야 한다/ 돌아간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삶이다”(「공원供源의 삶)
이처럼 시인이 피운 시의 꽃들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산빛을 머금고 있다. “패랭이꽃에 바치는 시집, 그 안을 도는 피의 온도는 매우 따뜻하다. “왜 이리 편한가?” 시인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있는 사랑의 마음은 통달에 잇닿아 있기 때문”(박윤배 시인)이라는 말 그대로.